'비전 확실해야 돈 모여요'…아름다운 재단 박원순 이사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입니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상임이사(사진)가 13일 LA 새생명 오아시스 교회에서 '제1회 NGO 컨퍼런스'에서 1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강연의 결론은 의외로 '뻔'했다. 기부 문화가 척박한 한국에서 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들다는 비영리단체를 벌써 3개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그가 내놓은 비결은 뜻밖에 너무 지당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세운 '아름다운 재단'은 한국 사회에서 기부 문화의 새 장을 열었으며 이후 중고 물품을 기부받아 공익사업을 펼치는 '아름다운 가게'는 비영리 재단의 수익모델을 지금 대표직을 맡고 있는 '희망 제작소'는 시민이 내놓은 아이디어로 사회를 바꾸는 '혁명적인' 단체이다. 하지만 그에게 '꿈'은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었다. 아름다운 재단이 3년째 접어서도 모집 회원이 700명에 불과할 때도 직원에게 줄 월급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그에게 '꿈'은 유일한 에너지원이었다. '이 꿈이 세상을 바꾼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에 바늘 구멍 같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국 사회서 보장된 자리를 접고 비영리재단에 투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1년간 와 교환 교수로 와 있을 때 읽은 글 하나가 이 꿈을 잉태하는 씨앗이 됐다고 박 이사는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문장은 무엇일까'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답은 'Check enclosed'(수표 동봉). 미국 기부 문화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문장이기도 했다. 지천으로 깔린 비영리 재단들은 미국의 힘이었다. 시골의 소도시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자산가부터 동네 유지에 이르기까지 공익을 위해 '내어놓는' 기부 문화의 저력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이걸 한국에 퍼뜨려보겠다는 도전의식이 발동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아름다운 재단(Beautiful Foundation)'. 영어 이름을 보고 화장품 재단 아니냐며 조크하는 외국인에게 '영혼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재단이라고 답했다고. "지금 세상은 정부와 기업 비영리 재단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박 이사는 "1만명을 고용하는 기업 1개는 유치하기 어렵지만 1인을 고용하는 1만개의 기업을 만들기는 쉽다"고 말한다. 그는 "비영리재단의 가장 큰 문제인 돈은 비전만 확고하다면 반드시 모이게 된다"고 확언한다. 유망한 중소기업의 창업을 돕는 희망제작소의 한 프로그램도 그렇게 탄생했다. 하나은행이 이 아이디어를 접하고는 300억원을 내놨다. 그의 모금은 방식은 기발한 것이 많다.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기사를 보고 그 다음 날로 찾아가 청소원의 유가족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토록 한 것 등등 열거하기가 힘들다. 그는 또 모금활동은 작은 돈을 기부한 사람이 큰 돈을 기부하게 된다며 작은 돈을 중시하는 버릇을 가질 것과 창의적인 모금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직도 매일 절망을 느낍니다. 하지만 먼 미래는 우리가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전진합니다." 예순 한살인 박원순의 희망가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최상태 기자